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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 2023~2024 개발자 회고

baegofda_ 2025. 1. 13. 05:23

👨🏻‍💻 늦었다 

무한도전

무한도전 박명수 어록 중 하나인 이 장면은 바로 다음 아래의 문장이 이어진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 거성 박명수

바쁘다는 핑계로 지난 2년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2년간의 회고를 해보려 한다.

🥶 춥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 워렌 버핏

2023년도 초 겨울이었다.

계절과 함께 스타트업 시장이 얼어붙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여파, 스타트업 투자 심리 위축 등등 많은 원인들이 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징조는 있었지만 대비하지 못한 스타트업들에게는 치명적이었고 (대비를 위한 시간이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무너졌다.

그렇다. 수영장에 물이 빠지고 있었다.

곳곳에서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고 스타트업을 다루는 드라마 속 줄거리를 듣는 것 같아 현실성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

많은 변화와 미래를 구상하던 시기는 당장에 생존을 위한 시기가 되었다.

만남이 중요하듯 헤어짐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시기의 헤어짐은 옳지 못했다.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에 작성해서 발송했던 메일은 다른 구성원의 제보로 인하여 기사로도 다뤄졌다.

😮‍💨 이직 그리고 또 이직

 

두 번의 이직을 했다.

처음 이직한 팀의 규모는 작지만 괜찮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의 이직이었고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내 경험을 살려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즈니스 방향성에 대한 공감성이 많이 떨어졌다.

결국, 약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을 보낸 후 또다시 이직을 했다.

(이직 이후 이 팀도 결국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나는 도전적이고, 더 성장하며 지속 가능할 만한 규모 있는 팀을 원했다.

제로투원(0 to 1)을 실현해야하고 (도전적이고)
팀원들도 있고 이끌어줄 팀 리드님도 있으며 (더 성장하며)
시리즈 B단계의 500억 이상 투자를 받은, 업계 1위의 지속 가능성 있는 (지속 가능할 만한 규모 있는)

빌딩중인 팀을 찾았고 이직을 했다.

😇 쉽지 않네...

업력 약 6년, 비즈니스의 규모는 성장했는데 시스템은 성장하지 못했다.

엑셀이 import 기능이 있는지도 script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오랜 기간 모든 비즈니스는 엑셀로 이루어졌고 수많은 엑셀은 서비스 시스템이자 DB였다.

(온보딩 당시 엑셀의 구조는 흡사 ERD를 보는 듯 헀다.)

그 성능 좋은 엑셀은 데이터 한 번을 확인하기 위해 자칫 몇 분이 걸리기도 했다.

팀의 목표는 엑셀을 개발 기반의 시스템으로 변경하는 DT(Digital Transformation)과정이 목표였다.

합류 당시엔 벌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고 오픈이 얼마 안 남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합류 직후 진행 상황을 확인했을 때 프로젝트 진행률은 처참했다.

(처음엔 내가 업무 파악을 잘못하여 오픈 시점을 오해한 줄 알았다.)

짧은 기간 적은 인원으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 오픈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팀에는 디자이너, 기획 직군도 없었다.

외주로 이 부분을 해소하려 했으나 외주 인원도 이탈했다.

정립된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운영해온 서비스는 많은 예외사항들이 존재했으나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았다.

시간은 너무 없고 개발자는 부족했다. 절망할 시간도 없었다.

프로젝트 기한을 맞추기 위한 생산성을 향상을 위해

외주 인원 이탈 전 와이어프레임 기반으로 내부 UI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디자인시스템 구축의 경험이 너무 감사했다.)

기획/정책 수립은 개발과 함께 맞물려 진행되었다.

하루에 14~18시간은 일했다. 주말, 공휴일도 없었다.

이직 전 가벼운 마음으로 처음 봤던 선녀신점, 타로들이 떠올랐다.
(공통적으로 "어딜가도 힘들꺼다. 그냥 있어라"라는 말을 했다.)

구인/구직 플랫폼으로 오는 연락들도 계속 아른거렸다.
하지만 버텼다. 과도한 업무량은 버틸 수 있었다. 이전에도 해봤다.
또, 이 힘든 시기는 짧은 기간 동안 팀원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좋았다.

2개월~3개월이 된 시점 서비스는 오픈을 곧 앞두고 있었다.

😦 네...????

나는 신뢰 자본이라는 용어를 좋아한다.
새 조직에서의 신뢰 자본은 0이다.
새로운 리더, 새로운 팀원은 신뢰 대출로 시작한다.

행복할 줄 알았던 서비스 오픈은 더 지옥 같았다.

부실했던 기획, 일정, 인력은 당연하게도 서비스의 이슈로 돌아왔고 하루하루 수많은 이슈가 인입되었다.

오픈 이후에도 이슈 처리/안정화를 위해 과도한 업무량은 지속됐다. 

우리 팀을 빌딩 하는 과정에는 회사에 먼저 합류하신 새로운 개발 리드님, 기존 회사 구성원이셨던 분 2분이 계셨다.

서비스가 오픈 되었지만 많은 이슈는 팀에 대한 불신으로 다가왔다.

우리 팀은 신뢰 대출의 부채는 계속 쌓여만 갔다.

그래도 이렇게 버티고 나면 밝은 미래가 올 줄 알았다.

언제였을까? 바쁘게 보내던 와중에 소식을 들었다.

팀 빌딩의 주축이 되었던 두 분이 각자의 사정으로 휴직하신다고

네...????

😦 제가요...?

팀 그리고 개발 파트를 이끌 사람들이 필요했다.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신 덕분에 부족한 내가 그 중 다음 후임자로 추천되었다.

제가요...?

처음엔 거절했다.

팀의 신뢰 대출 부채는 엄청났고 업무는 긴 터널과 같이 끝이 보이질 않았다.
준다고 하던 보상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팀의 사기는 바닥이었다.
처음인데, 내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독이 든 성배와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감당해야 하는 무게였다.

또, 앞으로 내 개발 커리어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은 계속 커질 것이고

어떤 리더로 성장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럴까?"
"내 인생이 점점 버라이어티해지는군, 재밌겠어."
"에피소드 하나 더 생긴다고 생각하지, 뭐"
- 천우희, 유퀴즈온더블럭

단순히 개발팀원이 아닌 파트 리드로서의 기간은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자기 객관화에 대해 생각해보고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보다는 돌발 상황에 대해 관점이 바뀌었다.

MBTI도 ISTJ에서 ENTJ로 바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좀 더 고민해 보게 되었다.

(인생을 좀 더 열심히 살게 된 기분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 미숙하고 모르는게 많다.

🙏 앞으로의 나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비즈니스적으로도 위기가 있었다.

지금도 진행 중인 문제들이 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문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

개발 관점에서의 성장은 많이 이루지 못했지만 다른 부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떤 리더로 성장할지, 팀원들이 많이 지쳤고 힘든데 내가 팀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 지 못한다.

이전의 동기부여는 나 자신의 관점이 컸다면 지금은 내 주변 사람들이 동기부여가 된다.

지키고 싶은 것들은 계속 늘어나고 욕심도 생긴다.

하지만, 내 노력으로 지키지 못하는 부분들이 더 많다는 걸 계속 깨닫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아주심기'라는 용어가 나온다.

어쩌면, 나도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옮겨심으며 혹독한 겨울을 견딘 양파가 훨씬 달고 단단하듯이 좌절과 방황을 겪고 나면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러면 뿌리내릴 수 있다.

 

스터디를 꾸준히 해보자.

배우고 싶은걸 배워보자.

더욱 단단해지기 위해 매 순간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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